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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은 눈으로 보기에 쉬워 많이 연구되었지만, 아동의 인지발달에 관한 심리학적 개념은 '유전'과 '환경'밖에 없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아동의 자연스러운 인지발달 능력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고 아동기 인지발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포스팅에서는 장 피아제가 주장한 아동기 인지발달의 4단계 이론과 해당 이론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고자 한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

     

     

    피아제는 아동을 '외적 자극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개체'로 보았다.

     

    아동은 주변에 있는 사물과 사건을 살펴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이론인 '도식(스키마)'을 구성한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이나 사건을 접하게 되면, 기존의 도식으로 새로운 것을 이해하기 위해 '동화'하려고 한다.

     

    만약 아동의 새로운 경험이 기존의 도식과 맞지 않으면, 아동은 해당 도식을 새로운 정보에 맞게 수정하는 '조절' 과정을 거친다.

     

    피아제는 아동의 인지발달을 크게 감각운동 단계, 전조작 단계, 구체적 조작 단계, 형식 조작 단계인 네 가지로 나누었다.

     

    아래에 단계별로 구분해 둔 나이는 해당 단계가 나타나는 평균적인 나이를 뜻한다. 아동의 지능이나 문화적 배경, 사회경제 요인 등에 따라 해당 단계가 나타나는 것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 단계가 나타나는 시기에 차이가 날 뿐, 진행 순서는 모든 아동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가정한다.

     

     

    1. 감각운동기(생후~2세)

    감각운동기는 생후 첫 2년간을 뜻한다. 아동은 자신의 행위와 그 행위로 나타나는 결과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는데 초점을 둔다.

     

    아이는 자신과 대상을 구분하고, 자신을 행위의 주체로 인식하며 의도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모빌을 움직이려고 줄을 잡아당기거나, 장난감을 붙잡기 위해 팔을 뻗기도 한다.

     

     

    대상영속성

    감각운동 단계에서 중요한 개념은 '대상영속성' 개념이다. 대상영속성이란 어떤 대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8개월보다 어린아이에게 장난감을 보여주고, 그 장난감을 천으로 덮어버리면 장난감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장난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처럼 놀라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으며, 장난감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10개월 정도 된 아이는 천 밑에 숨겨진 장난감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그 나이대의 아이는 대상영속성 개념을 획득하게 되어 보이지 않을지라도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10개월 된 아이도 탐색에는 한계가 있다. 어른이 그 장난감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을 봤더라도, 계속 옮겨지기 이전의 장소에서 장난감을 찾는 것이다.

     

    아이는 비로소 한 살 무렵이 되어서야 이전 위치와는 상관없이 마지막에서 장난감을 보았던 장소에서 장난감을 찾게 된다.

     

     

     

     

    2. 전조작기(2~7세)

    전조작기에서 말하는 '조작'이란, 논리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분리하고, 결합하고, 변형하는 과정이다. 전조작기에 있는 아이들은 이런 조작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빈약하여, 특정한 규칙이나 조작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 사용을 배우고, 심상과 단어로 대상을 표상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즉,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보존 개념

    전조작 단계의 아동들은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물질의 양은 동일하다는 '보존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다. 긴 잔에 담겨있는 물을 넓은 잔으로 옮기더라도 물의 양은 똑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긴 잔에 있던 물이 더 많다고 말하는 것이다.

     

    피아제는 이 단계의 아이들이 시각적 인상에 압도된다고 보았다. 양이나 무게 같은 절대적인 특성보다 모양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하얀색 바둑알과 검은색 바둑알을 똑같이 배열해두면, 아이들은 두 바둑알이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얀색 바둑알은 간격을 가깝게 배열하고 검은색 바둑알은 멀게 배열한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검은색 바둑알이 더 많다고 답한다.

     

    아이들은 7살 이후의 조작 단계에서 이러한 보존개념을 습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장난감 사진
    Photo by 2102033 on Pixabay

     

     

    자기중심성

    전조작기 아동의 또 다른 핵심적인 특징은 '자기중심성'이다. 해당 단계의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관점을 인식하지 못하여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과 동일한 방식으로 환경을 지각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피아제는 한 실험을 고안했다. 한 사물을 방 가운데에 두고 아동을 사물 주변에 서게 한다. 그러고 사물 주변 다른 위치에 인형을 둔다.

     

    전조작기 아동에게 인형이 보고 있는 사물의 모습을 나타낸 사진을 선택하게 하면, 대부분의 아동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보이는 사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피아제는 어린 아동들이 자신과 다른 입장을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도식을 수정하여 환경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3. 구체적 조작기(7~11세)

    아이들이 조작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다양한 보존 개념을 습득하고 다른 관점으로 논리적인 조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대상과 사건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에게서 두드러지는 점은 여러 가지 속성에 따라 대상을 분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세에 수의 보존, 7세에 양의 보존, 9세에 무게 보존에 대한 개념을 획득한다.

     

    구체적 조작 단계의 아동들은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감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접근 가능한 대상인 '구체적인 대상'으로 한정된다.

     

     

    4. 형식적 조작기(11세 이후)

    아이들이 형식적 조작기에 들어서면 비로소 추상적인 명제에 관해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가설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성인의 사고방식과 마찬가지로 가상적인 문제와 미래, 이념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형식적 조작 단계의 아이들은 일련의 가설을 설정하고 그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며, 영향을 주는 모든 변인을 고려한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에 대한 비판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 이론은 아동의 인지발달에 대한 생각을 획기적으로 정착시킨 중요한 이론이었다. 하지만 아동의 지적 능력을 검증하는 다른 검사들을 통해 살펴보면, 피아제가 아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였음이 나타났다.

     

    피아제가 단계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고안했던 많은 실험들은 해당 실험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 외에도 주의집중, 기억, 지식과 같은 여러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즉, 피아제가 보고자 했던 아동의 능력 이외에 요구되는 다른 능력이 부족하여 아동이 해당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앞서 설명했던 대상영속성 개념을 예로 들어보자. 8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장난감이 천으로 덮였을 때 더 이상 장난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영아는 대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했으나, 장난감을 찾는 신체적 행위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실험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1985년의 Baillargeon, Spelke와 Wasserman의 연구를 살펴보자.

     

     

    같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Photo by klimkin on Pixabay

     

     

    보존 개념과 관련된 과제 역시 조금만 변형하여 진행하면, 아동들의 지적 능력이 피아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발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흰색과 검은색의 바둑알 배열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피아제의 보고에 따르면, 5살짜리 아이는 넓게 펼쳐진 쪽의 바둑알이 더 많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해당 바둑알을 각각 개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동은 보존 개념을 잘 이해하는 것처럼 답을 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구체적 조작 단계에서 나타나는 아동의 추론이 보편적인 발달 단계가 아니라, 문화적 배경, 정규 교육, 주변에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어휘의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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