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은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게임과 같은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폭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아이가 폭력성을 '모방'하여 '학습'할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과연 아이들이 보는 폭력이 모방을 조장할까?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이에 주목하여 모방과 사회학습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사회학습이론

    사회학습이론은 학습 과정에 대한 인지적 해석을 강조한다. 또한 자극과 반응, 강화가 일어나는 사회적 맥락을 중요시한다. 자극을 제공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고, 해당 반응이 강화로 인해 계속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에서 타인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다.

     

    앨버트 반두라는 사회학습 중에서도 특히 '모방'을 통해 학습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일련의 실험을 시행했다.

     

     

    아동이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사진
    Photo by Victoria_Borodinova on Pixabay

     

     

    반두라의 모방 학습에 관한 실험

    반두라는 로키와 자니라는 두 사람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서, 자니는 자신의 장난감을 로키와 같이 가지고 노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자 화가 난 로키는 자니의 장난감을 강제로 빼앗아 장난감들을 자루에 넣어버렸다.

     

    그런 로키의 모습을 본 자니는 방 귀퉁이에서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앉아있었고, 로키는 장난감이 든 자루를 들고 방을 나갔다.

     

    반두라는 해당 영상을 본 아이들과 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을 한 방에 내버려 두고, 매직미러를 통해 20분 동안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로키와 자니의 영상을 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노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한 소녀는 실험자에게 자루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추가 실험1: 보보 인형 실험

    반두라는 실험을 조금 더 간단하게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한 어른이 보보 인형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참고로 보보 인형은 넘어뜨려도 오뚝이처럼 저절로 일어서는 인형이다.

     

    영상 속에서, 어른 모델은 보보 인형이 쓰러졌다가 일어날 때마다 보보 인형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마구 쳐댔다.

     

    반두라는 해당 영상을 본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보보 인형과 다른 인형들이 가득한 방으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인형을 괴롭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아이들을 관찰했다.

     

    영상을 보고 인형이 있는 방으로 온 아이들은 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인형들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찼다. 영상 속 어른 모델이 사용했던 말을 똑같이 내뱉으면서 말이다.

     

     

    무엇이든 다 모방하는가?

    그렇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본 모든 것을 모방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로 보인다. 아이들은 자신이 모방할 행동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두라는 추가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모방 가능성이 더 커지는 조건을 발견했다.

     

    • 어른 모델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을 때, 처벌을 받지 않고 보상을 받으면 모방 가능성이 증가했다.
    • 어른 모델의 지위가 높은 경우 모방 가능성이 더 커졌다.
    • 모델이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경우, 모방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추가 실험을 통해 나온 결론을 토대로, 반두라는 관찰 학습에서 일어나는 정신작용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 주의 과정: 모방을 위해서는 모델로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 기억 과정: 모델이 한 행동과 그 행동의 영향을 기억해야 한다.
    • 기술: 아이는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문제의 행동을 재연할 수 있다.
    • 강화: 아이들이 모방 행동을 자신들도 실행으로 옮겨도 괜찮다고 믿어야 한다.

     

     

    추가 실험2

    위에서 어른 모델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을 때, 처벌을 받지 않고 보상을 받으면 모방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모델이 처벌받는 장면을 본 아이들은 모방 학습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일까?

     

    반두라는 추가 실험에서 한 아이들 집단에게는 어른 모델이 폭력성을 보이고 보상을 받는 모습을, 다른 아이들 집단에게는 어른 모델이 폭력성을 보이고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각각 폭력을 관찰하게 한 후, 반두라는 어른 모델이 한 폭력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구미가 당기는 보상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모델이 보상을 받았느냐 처벌을 받았느냐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모델이 공격성을 보이고 처벌을 받은 장면을 본 어린이들도 보보 인형을 때리는 방법을 고스란히 배웠다. 모델이 처벌받는 장면을 본 아이들은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보상이 제공될 때까지만 모방을 하지 않은 것이다.

     

     

     

    추가 실험3

    반두라는 아이들의 기억 과정에 따른 모방 학습도 살펴보고자 했다. 그는 아래와 같이 아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 집단 1: 아이들에게 모델이 실행한 행동들을 큰 소리로 묘사하도록 했다.
    • 집단 2: 아이들에게 주의 깊게 관찰만 하라고 지시했다.
    • 집단 3: 모델이 하는 행동을 보는 동안 빠르게 숫자를 세도록 했다.

     

    첫 번째 집단에서 하는 행동 경우, 아이들에게 모델의 행동을 보다 더 분명하게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집단의 행동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이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모델의 행동을 말로 묘사한 첫 번째 집단의 어린이들이 모방을 가장 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다음 모방 행동을 잘하는 집단은 그냥 모델의 행동을 보기만 한 아이들이었다.

     

    기억을 방해받는 조건의 세 번째 집단 아이들은 모방 학습 능력이 가장 떨어졌다.

     

     

    부정적인 행동만 모방하는 것일까?

    공격성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에만 모방 학습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반두라는 자신의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임상에 적용했다.

     

    비합리적인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을 예로 들어보자. 다른 사람이 두려움의 대상에 대담하게 다가서는 모습을 한 단계씩 보여주면서, 그 대상이 별로 위험하지만은 않다는 확신을 얻게 하는 것이다.

     

    이는 뱀에 대한 공포나 고소 공포증과 같은 특정 공포증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매우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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