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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갈등이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상의 행동을 수행하도록 자극을 받는 상황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갈등은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1944년, 닐 밀러(Neal Miller)는 갈등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였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접근-접근 갈등, 회피-회피 갈등, 접근-회피 갈등으로 세분화된 갈등 모델을 제시하였다.

     

     

    닐 밀러의 갈등 모델

    밀러는 갈등을 보다 쉽게 연구하기 위하여 갈등 상황을 조금 쉽게 만들었다. 갈등을 경험하는 주체와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을 단순화하고, 갈등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들을 줄였다. 좁은 길 하나에 실험쥐를 놓고 갈등 상황을 제시한 것이다.

     

     

    1. 접근-접근 갈등

    굶주린 쥐를 좁은 길의 한가운데에 두고, 좁은 길의 양쪽 끝에 먹이를 두었다고 생각해보자. 배가 고픈 쥐는 왼쪽 끝에 있는 먹이를 먹고 싶음과 동시에 오른쪽 끝에 있는 음식도 먹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접근-접근 갈등이다.

     

     

    심리학: 닐 밀러의 갈등 모델에서의 접근-접근 갈등
    접근-접근 갈등

     

    접근-접근 갈등은 해결하기가 쉽다. 실험에 사용한 쥐를 다시 예시로 들어보자. 쥐가 정확히 한가운데에 놓였을 때, 어느 쪽 먹이로 갈 것인지 잠깐 망설이면서 몸을 무작위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저도 모르게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한쪽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게 되고, 이렇게 되기만 하면 그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경향이 점점 강해져 해당 목표를 선택하게 된다.

     

    실생활에서 접근-접근 갈등과 비슷한 케이스를 찾기는 쉽다.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을 것인가, 피자를 먹을 것인가?', '전문가 추천이 높은 게임을 할 것인가, 유저 평이 높은 게임을 할 것인가?'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접근-접근 갈등은 대체로 우리를 오랫동안 붙잡지 않는다.

     

     

    2. 회피-회피 갈등

    이제는 좁은 길 한가운데에 있는 쥐에게 쉽게 해결하기 힘든 갈등 상황을 제시해보자.

     

    쥐는 좁은 길 한가운데에 놓여있고, 좁은 길 양쪽에 도달하면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쥐는 전기 충격에서 더 멀리 떨어지고 싶어 애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피-회피 갈등이다.

     

     

    심리학: 닐 밀러의 갈등 모델에서의 회피-회피 갈등
    회피-회피 갈등

     

    회피-회피 갈등에서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될 수 있다. 회피하고 싶은 자극을 피할 수 없거나, 회피하고 싶은 자극을 우회하여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예시로 든 좁은 길 위의 쥐는 '회피하고 싶은 자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의 회피-회피 갈등이다. 쥐는 전기 충격을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든 우측으로든 달릴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달리다 보면, 달리는 방향 쪽의 전기 충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그러면 그 쥐는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 달리기 시작할 텐데, 그렇게 되면 또 해당 방향의 전기 충격을 피하고 싶어 진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을 통해 쥐를 살펴보면, 좁은 길의 한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망설이고만 있다.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그 방향으로 가는 두려움을 키워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피하고 싶은 자극을 우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쥐를 좁은 길이 아닌 넓은 테이블 위에 두고, 테이블의 특정 두 지점에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고 가정해보자. 쥐는 분명 충격 지점을 빙 둘러서 피해 갈 것이다.

     

    실생활에서도 두 개의 불쾌한 자극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오랫동안 망설이게 된다. 청소를 정말 하기 싫은데, 청소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경우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꾀병을 부려 해당 상황에서 '도망'갈 수 있다. 하지만 그 꾀병이 들켜 무조건 '청소를 해야 하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오랫동안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접근-회피 갈등

    마지막으로, 똑같은 장소에서 즐거운 자극과 불쾌한 자극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접근-회피 갈등을 느끼게 된다.

     

     

    심리학: 닐 밀러의 갈등 모델에서의 접근-회피 갈등
    접근-회피 갈등

     

    이번엔 쥐를 좁은 길의 한쪽 끝에 놓고, 다른 쪽 끝에 먹이와 전기 충격을 동시에 둔다. 쥐는 반대쪽으로 건너가 먹이를 먹고 싶어 하겠지만, 동시에 전기 충격을 피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위의 접근-회피 갈등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쥐는 배고픔과 두려움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까지 먹이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러다가 균형점보다 더 가까이 먹이를 향해 다가가면, 배고픔보다 두려움이 강해져 회피가 자극될 것이다. 회피가 자극되어 균형점보다 멀어지면, 이제는 배고픔이 접근을 자극하여 다시 먹이가 있는 쪽으로 접근하게 된다.

     

    실제로 쥐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먹이에 가까워지게 움직이다가 멀어지고, 다시 접근하려다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접근하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의 충돌로 좁은 길 어딘가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도 의외로 이런 접근-회피 갈등을 찾아보기 쉽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상형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지만, 퇴짜를 맞을 것이 두려워 주저할 때가 있는 것이 그 예이다.

     

     

    회피-회피 갈등과 접근-회피 갈등의 차이

    접근-회피 갈등은 어떻게 보면 회피-회피 갈등보다 덜 불쾌하게 보인다. 접근-회피 갈등에는 회피-회피 갈등에 없는 '끌리는 자극'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접근-회피 갈등은 회피-회피 갈등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보인다.

     

    회피-회피 갈등에서는 쥐가 좁은 길의 한가운데에 갇혀 어떤 한쪽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접근-회피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쥐가 균형점에 갇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 나타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똑같아 보이지만, 자극을 자유롭게 피할 수 있는 상황을 준다면 결과가 달라진다. 회피-회피 갈등 상황에서는 불쾌한 자극의 원천에서 멀리 달아나 한꺼번에 자극을 회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접근-회피 갈등 상황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쥐를 커다란 테이블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보자. 거기엔 먹이와 전기 충격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역이 한 군데 있다.

     

    쥐는 물리적인 공간에 갇히는 게 아니라, 갈등의 조건에 갇혀버리고 만다. 먹이에 접근하고 싶은 마음과 충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곳에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가둬놓지 않아도 그 지점에 머물러 일정 거리를 두고 원을 그린다.

     

     

    접근-회피 갈등에서 자극에 접근하도록 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쥐가 먹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허기를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하거나 회피 자극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이다.

     

    쥐의 굶주림이 더 심해지면, 그래프 상 접근 기울기가 매우 높아져 회피 기울기와 만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쥐는 곧장 먹이로 다가가서 두려워하면서 먹이를 먹을 것이다.

     

    두려움을 덜어줘도 먹이를 향해 다가갈 것이다. 이 경우에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겪지 않고 먹이를 먹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체계적 둔감요법과 같은 치료 상황에 이용되고 있다.

     

    아까 예시로 들었던 접근-회피 갈등을 겪고 있는 수줍은 사람을 보자. 행동 치료사는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그 두려움을 줄여나가거나 두려운 상황에 대한 반응을 다시 설정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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