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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지심리학'이라고 하면, 심리학의 어떤 분야를 말하는 건지 혼란스러워하곤 한다. 대중적인 심리학의 영역은 상담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 경제심리학 같은 응용심리학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지심리학을 자세히 알기 위해, 아래에서 인지심리학의 하위 연구 영역들을 구분하여 살펴볼 것이다.

     

     

    인지 심리학의 하위 연구 영역

    인지심리학은 마음의 정보처리와 관련되어 있는, 모든 고등심리 과정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다룬다. 환경의 정보가 감각기관에 입력되어 행동으로 출력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경인지

    인지 신경심리학에서는 인지 과정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생리적, 생물적 특성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모든 인지 과정은 뇌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생리, 생물적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특성과, 신경계의 특성이 특정 인지 과정과 어떠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가를 주로 연구한다. 인지 신경심리학자들은 뇌 손상 환자의 기억상실, 얼굴 인식 장애 등의 문제를 신경생리적, 신경생물학적 연구를 통해서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지각

    소리를 듣는 것, 어둠 속에서 물체를 보는 것, 차가운 온도를 피부로 느끼는 것 등 우리는 실생활에서 일정한 강도의 물리적 에너지를 통해 환경의 정보를 알게 된다. 인지심리학자는 감각기관의 역치(threshold)를 연구하고, 역치 이상의 에너지가 제공되었을 때의 감각 정보의 처리 과정을 알고자 한다. 감각 정보의 통합과 해석을 수행하는 과정을 지각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지각은 후술 할 감각, 주의, 의식, 형태재인 및 기억 등의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눈(eye)
    Photo by Harry Quan on Unsplash

     

     

    주의

    우리의 일상 상황에서 나타나는 주의(attention) 과정은 사람이 보다 깊은 정보처리를 할 수 있도록 어떤 특정 정보를 선택하고, 의식 속에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감각기관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정보가 입력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보의 대부분이 상실된다. 인간에게는 주의 과정의 용량 제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주의 용량과 범위, 주의의 자동화, 주의의 지속성, 주의의 억제기제, 주의와 지각, 주의와 기억의 관계, 주의와 정서 및 동기, 행위 실수와 같은 문제들을 연구한다.

     

     

    형태재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다든지,  글자를 인식한다든지와 같은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을 형태재인(pattern recognition)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상 인식 과정이라고도 한다. 형태 재인은 지각된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신경생리 기제와 주의, 기억 등의 인지 과정과 연계되어야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지심리학에서 다루게 된다.

     

     

    학습

    학습은 지식과 행동이 새로운 경험에 의해서 비교적 영구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언어를 습득하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것 등은 모두 학습 과정과 관련이 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조건형성 학습에 대한 연구가 심리학에서 강조되었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연구에서 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인지심리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학습을 연구하고, 실제 장면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인지학습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부하고 있는 사진
    Photo by Green Chameleon on Unsplash

     

     

    기억

    기억에 관한 인지심리학 연구에서는 기억의 자료 구조와 처리 구조 및 체계들을 어떻게 나누어 볼 수 있는가, 기억과 관련된 정보처리과정적 특성은 무엇인가, 표상 구조의 특성은 무엇인가 등을 주요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외에도 기억의 신경생물적 기초, 기억상실증 및 기억 이상, 기억술, 기억과 다른 인지 과정과의 관계 등의 문제가 연구되고 있다.

     

     

    언어의 이해 및 산출

    언어의 문법적 구조와 언어능력의 일반적 문제는 일반적인 언어학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만, 말과 글을 이해하고 산출해 내는 과정(언어정보처리 과정)은 인지심리학의 주요 연구 문제 중 하나이다. 언어의 이해는 단순히 낱개 언어들의 사전적 의미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지식이 동원 및 적용되며 추론하고 해석하는 과정들이 포함된다.

     

    언어 산출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말이나 글을 산출하려는 의도의 생성 및 계획, 수정과 재편집, 발성기관과의 연결 및 조정 과정, 말실수의 특성 등의 문제를 다룬다. 최근에는 언어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주제가 진화심리학과 인지심리학, 언어학과 엮여서 탐구되고 있다.

     

     

    문제해결

    문제해결은 특정 상황에서 일어나는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인지적 처리 또는 조작의 과정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문제해결과 관련하여 문제 과제의 표상 과정, 문제해결 관련 정보들 사이의 탐색 과정, 해결을 위한 규칙 및 전략의 형성과 적용 방법, 지식의 역할,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 등의 주제를 연구한다.

     

     

    미로 안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
    Photo by Susan Q Yin on Unsplash

     

     

    개념적 사고

    개념적 사고는 기억에서의 지식 표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각종 개념들이 어떻게 획득되며, 개념들이 어떠한 구조로 기억에 표상되는지를 연구한다. 또한, 인지심리학은 개념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범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범주의 명칭과 그 범주의 예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등을 다룬다.

     

     

    추리, 판단과 의사결정

    인간의 연역적, 귀납적 추리가 어떤 정보처리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에 관한 연구도 인지심리학자들의 몫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추리 과정의 일반적 원리, 추리의 오류가 가지는 특성, 추리의 오류를 일으키는 요인들, 기억이 주는 제약, 신념이나 지식에 따른 편향적 추리, 지식과 맥락 등의 요인들이 추리에 주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확률적 상황이나 불확실한 선택적 상황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의 특성들을 귀납적 추리와 연관 짓는다. 또한 인지심리학에서는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일어나는 오류와 편향의 특성들이 중점적으로 연구되곤 한다. 인지심리학에서의 판단과 의사결정 연구는 최근에 경제학과 같은 주변 학문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갈림길 푯말
    Photo by geralt on Pixabay

     

     

    지능과 창의성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지능은 과연 무엇인지, 지능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지능의 차이로 발생하는 인지 과정의 차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이 연구된다. 지능뿐만 아니라, 창의적 사고는 무엇인지, 창의적 사고를 하는 과정은 무엇인지, 창의적 사고에 제약을 미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창의성에 관한 연구도 인지심리학 내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정서와 인지

    인지 과정이 수행되는 동안, 정서의 개입은 자동적이며 필수적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정서는 어떻게 분류되며, 정서와 인지 중 어떤 것이 우선적으로 작동하는지, 인지는 정서에 어떠한 영향을 주며 반대로 정서는 인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을 둔다. 또한, 정보처리적인 관점에서 정서를 이론화하고 모델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사회적 인지

    사회적 인지에 관한 연구에서는 특정한 사회 상황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지각, 기억, 귀인 등의 문제를 다룬다. 또한 타인에 대한 인지와 개인이 집단에 포함될 때 나타나는 집단적 인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인지사회심리학은 타인에 대한 인상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며, 사회적 사건의 기억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의 태도나 믿음이 상황 지각과 행동에 미치는 효과도 인지사회심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연구 문제 중 하나이다.

     

     

    인지발달

    인간의 인지는 환경과 지식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계속적으로 변화한다. 즉, 생애 발달 과정을 통해서 인지의 변화를 관찰하고, 인지의 또 다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지의 과정이 유아, 성인, 노년으로 변화하면서 사람들마다 동일한 과정을 거칠까?

     

    위에서 언급한 주제 외에도, 인지심리학자들은 특정 발달 단계에서 특정한 인지가 발생하는지, 연령이 증가하면 어떤 인지적 능력이 감퇴되는지, 유아기에 언어는 어떻게 습득되는지 등에 관심을 가진다.

     

     

    할아버지가 아기를 들고 있는 사진
    Photo by Johnny Cohen on Unsplash

     

     

    의식

    의식이란 외부 환경의 자극과 기억, 사고, 신체적 감각 등의 인지적 현상에 대해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의식에 대한 주요 연구 주제로는 주의의 자동화, 주의의 활성화와 억제 기제, 수면과 꿈의 신경심리적 기제, 암묵적 기억과 학습, 명시적 기억 특성, 좌우 대뇌 반구의 기능 분할 문제 등이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주의와 기억, 의식에 관한 연구를 위해 두뇌영상기법이나 두뇌혈류측정법 등을 이용한다.

     

     

    인지공학과 응용인지심리

    인지심리학자들은 순수한 인지 현상뿐만 아니라 응용인지심리학적 연구들도 수행한다. 응용인지심리학의 대표적인 분야가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 및 인간공학이다. 인지공학 분야에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을 비롯하여 각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서의 인간 중심적 디자인, 인지적 효율성, 각종 기술 수행 문제 등에서의 인지심리학적 원리와 적용의 문제를 다룬다.

     

    이외에도 인지심리학의 원리를 교육 장면에 적용하는 인지교수법 연구도 있다. 인지교수법 연구에서는 인지신경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적용하여 기억, 주의, 독서, 의식 수준 조절, 정서 조절 등을 탐구한다.

     

     

    요약

    우리는 꽤나 긴 글을 통해서 신경인지, 지각, 주의, 형태재인, 학습, 기억, 언어의 이해 및 산출, 문제해결, 개념적 사고, 추리 및 판단과 의사결정, 지능과 창의성, 정서와 인지, 사회적 인지, 인지발달, 의식, 인지공학과 응용인지심리라는 총 16개의 인지심리학 연구 영역을 훑어봤다. 인지심리학의 수많은 연구 영역을 보면서, 인지심리학은 어느 학문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분야임을 느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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