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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동물을 대상으로 학습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발견한 개념으로,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생기는 것이다. 이후 자신의 능력으로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게 되어도, 스스로 자포자기하고 해당 상황에 머물게 된다. 마틴 셀리그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긍정심리학으로 대표되는 그가 이런 '학습된 무기력' 개념을 다뤘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학습된 무기력에 관한 실험

    셀리그만은 부정적인 강화와 학습에 관한 연구를 시행하다가 학습된 무기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습된 무기력과 관련한 셀리그만의 실험은 세 집단의 개를 대상으로 두 단계로 나뉘어 실시되었다.

     

    1단계

    셀리그만은 개에게 가하는 쇼크 그 자체보다, 쇼크가 통제가능한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첫번째 단계의 실험에서는 실험 대상자인 개들을 쇼크가 통제 가능한 집단(1그룹), 쇼크를 통제할 수 없는 집단(2그룹), 아예 쇼크를 가하지 않은 집단(3그룹)으로 나누었다.

     

    • 1그룹: 스스로 끌 수 있는 쇼크가 가해졌다.
    • 2그룹: 스스로 끌 수 없는 쇼크를 받았다. 1그룹의 개들이 쇼크를 내버려둔만큼 쇼크가 가해졌다.
    • 3그룹(대조 집단): 쇼크를 전혀 가하지 않았다.

     

    2단계

    두번째 단계의 실험에서는 모든 그룹의 개들이 벽을 넘어 건너편으로 옮겨가기만 하면 쇼크를 피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통제 가능한 쇼크를 받은 집단(1그룹)과 쇼크를 전혀 받지 않았던 집단(3그룹)은 벽을 건너는 임무를 빠르게 익혔다. 그러나 2그룹에 속한 개들은 그렇지 못했다. 2그룹의 개들은 쇼크가 가해질 때마다 실험자들이 쇼크를 꺼줄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했다.

     

    셀리그만은 통제 불가능한 쇼크를 경험한 개들이 무기력을 학습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개들 스스로 쇼크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쇼크가 가해지는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믿은 개들은 그저 포기하고 새로운 상황이 주어지기를 한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학습된 무기력과 우울증의 공통점

    추가 연구에서는 쥐와 원숭이, 고양이, 심지어 인간에게서도 학습된 무기력이 나타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셀리그만은 위 실험에서 보였던 개의 학습된 무기력과 인간의 심각한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일부 특징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임에도 문제를 풀지 않으려는 경향
    • 행동을 시작하려는 의욕 부족
    • 음식 및 놀이에 대한 관심 상실
    • 한 번 자리잡으면 깨뜨리기가 어려움

     

    셀리그만은 우울증의 일부 특징이 학습된 무기력을 닮아있다고 말한다. 우울감을 겪는 사람은 불운의 원인을 자신의 무능 및 무기력으로 돌린다. 그런 믿음은 자신의 무기력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화하고, 우울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악순환을 일으킨다.

     

     

    우울
    우울증과 학습된 무기력 사이에는 공통된 특징이 많다.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

    학습된 무기력을 가진 사람은 부정적인 상황에 닥쳤을 때, 아래와 같이 귀인함으로써 학습된 무기력의 패턴에 빠지게 된다.

     

    •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ex. "나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내가 그렇지, 뭐.")
    • 사건이 영구적이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ex. "어차피 이런 일은 또 반복될텐데.")
    • 현재 상황이 모든 환경에서 일관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ex. "이런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나는걸.")

     

    상황에 대한 귀인을 아래와 같이 조금만 바꿔준다면 학습된 무기력은 한층 나아진다.

     

    • 사건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ex. "밖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집중을 못 한거야.")
    • 상황을 단기적으로 생각한다. (ex. "오늘은 이렇게 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까?")
    • 현재 상황은 현재 상황일 뿐, 다른 상황과 엮어 생각하지 않는다. (ex. "이번엔 이렇게 되어버렸네!")

     

    그러나 무기력이 학습된 사람은 스스로 긍정적으로 귀인하기 힘들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전문가나 주변인들의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부정적 사고의 습관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이 행하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파악하고, 생각과 행동을 긍정적이고 유익한 것으로 대체하며, 자존감을 높이게 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목표와 과제를 설정하게 하여 작은 성공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론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무기력은 우울증에 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일부 우울증을 야기하는 사고의 인지적 특성 몇 가지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정말 만약 학습된 무기력이 있다면, 학습된 낙관주의도 있지 않을까?'. 셀리그만의 그런 통찰이 오늘날 그가 연구하고 있는 긍정심리학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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